기계보다 정확한 재료 배합, 30년의 시간이 말하다
타이어 정련 공정의 명장, 박재희 반장
타이어는 정련, 반제품, 성형, 가류 등 크게 네 가지 제조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원재료를 혼합하여 타이어용 고무를 생산하는 일이 정련이고, 이렇게 생산된 고무시트는 압출과 압연, 비드 재단 등의 반제품 공정을 거친다. 이후 이를 조립하는 성형과 마지막 단계인 가류를 거치면 타이어가 완성된다. 어느 부분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공정이 없지만 정련은 그 출발점이 되는 곳이기에 타이어를 만드는 기초공사라 할 수 있다.
글 박정선 사진 박창완<스튜디오 창> 일러스트 황진선
타이어와 컴파운드
정련 공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타이어를 구성하는 컴파운드를 알아야 한다.
다양한 특성의 고무층이 타이어라는 하나의 물체를 이루고 있는데, 각각의 고무 복합체를 컴파운드라고 한다.
각기 다른 성질을 갖는 컴파운드들이 결합하여 타이어 각 부분마다 요구되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노면에 접촉하는 부분과 타이어 옆면을 구성하는 부분, 그리고 타이어 안쪽에서 요구하는 특성들이 각기 다른 만큼 각각 서로 다른 성능과 성질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타이어를 이루고 있는 각 부분은 과연 어떤 특성을 갖추어야 할까?
노면과 접촉하는 트레드는 노면 형상에 따라 발생되는 충격을 흡수, 완화할 수 있는 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견인, 구동, 제동에 따른 노면과의 마찰로 인한 마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드월은 반복적인 굴신 운동에 따른 고무의 경화, 이에 따른 갈라짐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내피로도가 우수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굴신에 따른 타이어 내측의 고온을 쉽게 방출할 수 있는 발열성을 가져야 한다.
타이어 내부에는 약 30psi 정도의 고압 공기가 주입되는데 차량의 운행에 따라 내측의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기밀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휠과 접촉하는 비드 부를 감싸고 있는 고무층은 안착성과 장착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와이어 뭉치를 지지하는 높은 강도를 필요로 한다.
타이어는 이렇게 부위 별로 각각 다른 성질의 컴파운드를 필요로 하며 하나의 타이어에 사용되는 컴파운드 수는 대략 열 가지 내외가 된다. 여기에 타이어의 종류에 따라 컴파운드는 더욱 세분화된다.
이렇게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의 컴파운드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정련 공정이라고 한다.
Mixing
타이어의 성능에 따라 요구되는 품질이 다르기에
이에 따라 재료의 배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고무의 종류는 무려 60여 종에 달한다.
정련 공정이란
천연고무나 합성고무, 카본블랙과 같은 보강제, 유황을 비롯한 화학약품으로 구성된 가류제 등 타이어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모든 구성물을 혼합해 타이어용 고무로 가공하는 일로부터 타이어 제조는 시작된다. 이를 정련이라 하며 타이어에 필요한 특성을 부여한다.
정련은 보통 카본블랙을 혼합하는 1차 혼합과 유황을 혼합하는 2차 혼합을 거치면서 타이어의 최종 원료가 되는 혼합고무인 파이널믹싱Final Mixing이 탄생한다.
이때 다양한 형태의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분쇄하고 다른 합성물질과 고무를 혼합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를 밴버리 믹서Banbury Mixer라 한다. 밴버리 믹서를 통해 원재료가 혼합되는 비율은 모두 중앙통제실인 ‘오토배치룸Auto Batch Room’에서 슈퍼컴퓨터를 통해 일괄 관리한다.
밴버리 믹서를 통해 완벽하게 배합된 타이어용 고무는 트레드, 사이드월, 이너 라이너 등 타이어 컴파운드별로 구분된 파이널믹싱의 형태로 남는다. 정련을 통해 생산된 고무 시트는 압출과 압연, 비드, 재단이 포함된 반제품 공정으로 이어진다.
정련 공정의 마스터
제조 사양서에 의거해 재료를 넣고 배합하여 타이어용 고무를 만들어내는 일.
정련 공정의 기술자들이 하는 일은 간단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연구소에서 만든 컴파운드의 스펙에 따라 정확하게 배합만 하면 되니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쉬운 일이다. 공장에서 타이어를 한 가지 종류만 생산한다면 말이다. 승용차를 비롯하여 SUV용 타이어, 여기에 승합 및 소형 트럭 타이어, 대형 트럭 타이어까지 모든 종류의 타이어를 각 부분 별로 컴파운드를 완성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타이어 정련 공정의 명장, 박재희 반장은 정련 공정에서만 29년을 보낸 마스터다.
지금은 전 과정을 컴퓨터로 컨트롤하여 60여 종의 각종 파이널 믹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예전에는 모두 수작업이었다고 한다. 철두철미하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재료를 딱 만져보기만 해도 좋은 재료인지 나쁜 재료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그는 대통령상에 빛나는 품질명장을 비롯하여 50여 개의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한,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술자다. 내년이면 근무를 시작한지 꼭 30년이 되는 그는 정련 공정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은 언제 찾아가도 한결 같은 맛을 내지요? 그게 재료의 품질과 양이 정확하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은 짜고 어느 날은 싱거우면 손님들 안 옵니다. 타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작은 오차도 없어야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지죠.”
박재희 반장의 철학은 ‘첫 번째 소비자’는 다음 공정을 진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그들 역시 전문가이기 때문에 작은 오차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 이렇게 각 공정별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뛰어난 기술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하나의 타이어가 완성된다. 바로 금호타이어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박재희 반장은 1983년에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에 입사하여 오직 정련 공정에서만 올해로 29년째 근무하고 있다. 일 하나 만큼은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성격이기에 20년째 반장 업무를 맡고 있으며 그러한 그의 노력은 1996년 품질명장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자부심이 되었다.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기술자 약 3,600여 명 가운데 박재희 반장과 같은 품질 명장은 총 11명이다.
Final Mixing
밴버리 믹서를 통해 배합된 타이어용 고무는 트레드,
사이드월, 이너 라이너 등 타이어 컴파운드별로 구분된 파이널믹싱이 되어
반제품 공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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