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제한속도, 유럽 수준으로 높아질까?

 

"계기판에는 200km/h 까지 숫자가 적혀있는데, 왜 실제로는 이 속도로 달리지 못할까?" 자동차 계기판을 눈여겨보거나, 스피디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져 봤을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1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없어, 답답함을 토로하는 운전자들이 종종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 도로의 제한속도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설계속도와 제한속도

 

도로를 설계할 때는 '설계속도(design speed)'가 필수적으로 지정됩니다. 설계속도란, 도로 설계요소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조건(적당한 차량 수, 양호한 날씨) 하에서 평균적인 운전 실력을 가진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특정 구간의 최고속도를 말해요. 여기서 말하는 '특정 구간'은 인터체인지를 포함한 주요 교차로나 도로의 주요 시설물 사이 등의 '설계 구간'을 의미합니다. 현재 고속도로 설계 속도는 ▲평지 120km/h 구릉지 110km/h 산지 100km/h 등입니다.

 

이러한 설계 속도보다 10~20km/h 가량 낮게 설정된 것이 '제한 속도'입니다. 제한 속도는 안전을 위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게 허용된 최고, 최저 속도를 의미해요. 우리나라 고속도로 대부분의 최고 제한 속도는 100~110km/h입니다.

 

 

해외의 제한속도

 

지난해 오스트리아는 A1 고속도로 두 구간의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130km에서 140km로 상향 조정해 1년간 시범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구간의 총 길이는 60km로, A1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의 이동 시간이 2분가량 단축됩니다.

 

유럽에서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140km로 정한 나라는 불가리아와 폴란드 정도예요.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 '아우토반'으로 유명한 독일의 경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시속 130km가 권장 속도입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 등 18개국은 시속 130km를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로 두고 있으며 스위스와 벨기에, 포르투갈 등 8개국이 시속 120km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한속도 변경 가능성

우리나라의 제한속도는 1979년 이후 100~110km/h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자동차의 성능은 매우 높아졌죠. 그래서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 수송 경쟁력 확보와 고성능 차가 달릴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의 제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제한 속도 상향 조정이 사고를 유발할 것이라는 염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제한 속도가 높은 프랑스, 폴란드, 독일 등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한국보다 적습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우리나라가 93.7건 독일 55건 프랑스 13.7건 폴란드 13.2건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로정책 연구센터는 "속도는 충돌 발생 및 심각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주행 속도가 높을수록 사고 발생 및 심각도가 불균형하게 증가하고, 속도가 낮을수록 충돌 및 충돌 심각도는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국토교통부 역시 아직 고속도로의 설계속도 상향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도로정책연구센터는 "도로 시설 특성상 도로 안전시설 등의 인프라 강화가 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속도를 상향하는 경우, 도로 이용자의 사건 사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한속도 상향 적용을 위해서는 도로 인프라 및 법률적용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도로 위 자동차들의 제한 속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제한 속도 상향 조정이 교통사고 위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속도로 제한 속도 변경을 논하기 전에, 철저하게 교통질서를 지키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이 강화된다면 속도 제한 변화에 대한 좀 더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