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 울산에 도착하면 길은 좁아지지만 숲길의 분위기는 더욱 빼어나다.
고속도로 타고 울산까지 다이렉트로!
여름이면 해운대에 몰리는 피서인파가 매년 기록갱신을 하는 활기찬 도시 부산.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은 부산은 단연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유명한 자갈치 시장을 비롯하여 보수동 헌책방골목, 해운대와 광안리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해변 등 절경만큼이나그안에 숨어있는 사연들도 다양하다. 게다가 바다위의 정자라는누리마루,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 센텀시티 등 현대 도시로 발돋움하며 보여주는 볼거리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을 찾은 이유는 바로
30분이면 울산에 닿을 수있다는부산울산간고속도로를 달려보는것. 광안리에서 돼지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곧바로
부산울산간고속국도에 몸을 실었다. 부산울산간고속국도는 외곽으로 빠지지 않고 광안리 고가도로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도시고속화도로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다 보면 친절하게도 ‘여기서부터
부산울산간고속국도입니다’라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있고, 곧이어 해운대IC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라, 벌써 울산이야?
곧게 뻗은 왕복6차선 고속도로는 더운날씨에도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통행량이 많지 않아 도로 위의 풍경은 더욱 시원하게 다가왔고 여기에 도로 양 옆을호위하는 크고 작은 산등성이는 곧다가 올 여름을 준비하는 듯 초록을 뽐내고 있어 마치 바캉스를 떠나는 즐거운 기분마저 들었다. 예전에 부산에서 울산을 가려면 국도7호선과 14호선을 이용해야 했는데, 차가 막히지 않았을 때에도 1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제부산에서 울산까지 직선의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소요시간을 딱 절반인 30분으로 줄였다. 부산울산간고속국도를 달려보니 설계에서부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도로는 좌우로 크게 휘어지는 법이 없었고, 군데군데 터널과 교각을 대어 고저차도 최대한으로 줄인 모습이다. 그야말로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울산 톨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30분이라는 단축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달리는 재미가 있는 길이었다.
사진 3) 시원하게 뻗은 직선구간들이 많아 울산까지 30분이 단축된다.
사진 4) 모양도 예쁜 구름다리는 대왕암에 운치를 더한다.
사진 5) 울창하게 솟은 소나무숲에 들어서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사진 6) 지난 80년대까지 포경선들이 고래를 잡으러 나갔던 장생포는 고래를 테마로 한 관광
특구가 되었다.
사진 7)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뜬다고 해서 새벽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간절곶
사진 8, 9) 자수정 광산을 리모델링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자수정 동굴
자수정 동굴과 대왕암 송림
울산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자수정 동굴. 한국자수정산업관광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동굴 공원으로 자수정을 캐내던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따로 냉방을 하지 않더라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가
섭씨 10~14도 정도로 매우 낮아 여름에 특히 인파가 많이 몰린다. 원래 울산 울주군과 언양읍 일대는 품질이 매우 뛰어난 자수정 산지로 한때 100여개의 자수정광산이 있었다고한다. 동굴 안에는 아름다운 자줏빛 자수정 원석들이 조명 아래 눈부신 빛깔을 뽐내고 있었는데, 동굴 한켠에는 자수정 광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모습과 작업 환경을 재현해 놓은 코너가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캐내기 위해 어두컴컴한 광산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흘린 땀방울 역시 보석이나 다름없다는생각이 들었다. 자수정 동굴은 단순히 자수정을 구경하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위락시설과 놀이기구를 마련해놓아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보트 동굴탐사를 비롯해 동굴 밖에는사계절 내내 썰매를 탈 수있는 썰매장과 폭포, 산책로, 도자기촌 등이 있어 이곳만 둘러보아도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울산에서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대왕암 송림. 신라 문무대왕비가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이 곳 앞바다에잠겼다는 전설 때문에 대왕암이라 부른다. 주변에는
1만5,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송림이 우거져 ‘대왕암 송림’이라는 이름으로 숲과 바다의 풍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동해의 탁 트인 푸른 바다 위에 해금강에 비견되는 아름다운 기암괴석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끄는데 바위섬까지 구름다리를 놓아 바위섬의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높이 치솟은 울창한 송림에서 패톤치드를 깊게 들이마시면 시원한 청량감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지고, 숲을 벗어나 바다에 다다르면 또 다른 절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대왕암은
낙화암, 탕근암, 용추암 등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센파도와 어우러지는 풍경은 세상에다시 없을 것 같은 절경이었다.
31번 국도 위에서 만난 풍경들
이제 울산에서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31번 국도에 몸을 실을차례. 아름다운 대왕암 송림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이 예정보다 지체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서두른다 하더라도 놓쳐서는 안될 풍경들로 소문난 곳이 바로
31번 국도. 기대를 잔뜩 품고 남쪽으로 향했다.
공업도시이자 항구도시인 울산답게 31번 국도를 향하는 동안 길 옆으로 그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공장들이줄지어 늘어섰다. 콘트라스트 강하고 채도가 낮은 공장의 이미지들은 어딘가 그로테스크 한 느낌을 주었는데, 가난한 제3세계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순식간에 껑충 뛰어오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공장의 은빛 외벽들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다.
31번 국도에 올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산
간절곶. 포항의 호미곶과 더불어 해마다 1월 1일이면 신년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여름을 앞둔 시기라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몇몇 연인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풍경은 간절곶과 더할나위 없이 잘어울렸다. 등대아래에는유채 꽃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박수치듯 몸을 흔들고, 사람들 가슴 속 에 담긴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을 기다리는 듯 바닷가에 외롭게 서있는 커다란 우체통 하나는 간절곶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간절곶을 지나서도 많은 인상적인 풍경들이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펼쳐졌다. 31번 국도 위를 달리며 바다를 바라보니 그 풍경이 새삼 신비롭게 느껴졌다. 마치 작은 등대처럼 바닷가에 외롭게 서있는 가로등 하나도 왠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밀려왔다 쓸려가는 파도는 태초 이래부터 계속해 왔을 움직임을 꾸준히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산 기장군에 다다르면 그 바다에 대한 경외를 담은 사찰 해동용궁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찰들은 대부분 깊은 산속에 있기에 바닷가에 위치한 사찰들은 그 희소성 덕택에 더욱 가치를 쳐주기 마련이다. 향일암이나 낙산사, 보리암처럼 바닷가에 자리한 사찰은 연중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해동 용궁사는 유난히 기세등등하고 웅장한 매력을 뽐내는 사찰이다. 고려시대에 창건한 해동 용궁사는 임진왜란 때 병화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1930년대 초에 재건하였기에 간직한 깊은 역사에 비해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은 떨어진다. 하지만
용궁사 대웅전 앞바다의 기암괴석들은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며 10m 높이의 해수관음대불을 비롯해 그 풍경만큼 절의 모습도 시원시원하다.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인데, 그 인기를 반영하듯 해동 용궁사에 이르는 길에는 각종 자판을 놓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모여 상당한 규모의 시장골목을 만들어냈다. 해동 용궁사에서 나와 기장에 들어서자 도로변에도 짭쪼롬한 해풍에미역을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기장 미역이 보이니부산에 다다른 것이다. 부산울산고속국도를 타고시작된 여행은 31 번국도를 돌아 다시 해운대를 향하며 끝이났다. 전체거리는 약100km 남짓이지만 그길 위에서 만난 풍경들은 결코 적지않았으며 하나같이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