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and Tire] 영화 <트랜스포머>와 타이어의 하중
타이어는 얼마나 많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까?
변신 로봇 영화의 세계적인 성공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오락 영화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액션 전문 영화 감독 마이클 베이가 연출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트랜스포머>는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들이 주인공이다. 온 신경이 타이어에 쏠려 있는 사람은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과연 저 로봇에 달린 타이어가 실제 타이어의 재질일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글 박정선
장난감 로봇, 잠들었던 어른들의 추억을 끄집어내다
트랜스포머의 시작은 무려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완구 회사인 하스브로가 일본의 완구 회사 타카라가 판매하고 있던 변신로봇 ‘다이아크론’과 ‘마이크로맨’의
판권을 사들여 미국에서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으로 출시, 아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2007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이 장난감 로봇들은 마치 새 생명을 선물 받은 것처럼 스크린 속에서 일제히 깨어나 악당 디셉티콘에 맞서 싸우며 지구를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영화는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기록하며 현재 4편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범블비가 변신하는 차량인 쉐보레 카마로는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 속 모델인 트랜스포머 에디션을 출시하였는데,
이 역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성공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성인 남성들이 원하는 모든 판타지가 녹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로봇과의 우정을 다시 한 번 꿈꿔볼 수 있게 해주며, 로봇이 성인 남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로 변신까지 한다.
여기에 말도 안 되게 섹시한 여자친구까지! 그야말로 성인 남성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청년 샘 윗위키가 우연히 중고차로 구입한 자동차가 사실은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였고 ‘범블비’를 포함한 오토봇이 악당 트랜스포머, 디셉티콘 일당과 결전을 벌인다는 내용. 여주인공 메간폭스는 이 영화로 헐리웃의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의문
영화는 그냥 영화로 보면 좋으련만, 이제 성인이 된 관객들에게는 지금까지 성장하며 쌓아온 지식들이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로봇은 모두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야 할 것 같은데, 알다시피 자동차는 금속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죽도 있고, 합성 고무, 플라스틱, 혼방 섬유, 유리 등 다양한 재료가 모여 자동
차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주인공이 차량으로 변신한 오토봇에 탑승할 때를 자세히 보면 시트나 핸들 등이 자동차에 적용된 재료의 질감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이해해도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자동차가 아니라 변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토봇은 실제 차량보다는 훨씬 많은 부품이 들어갈수밖에 없다. 차의 구성과 같은 재료라면 오토봇의 차량은 실제 차량보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각종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곤란한지 영화 속 로봇들의 상세 스펙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백 번 양보해서 변신을 하더라도 실제 차량의 무게와 비슷하다고 치자. 놀라운 것은 변신하면서 몇몇 로봇들이 마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것처럼 두 바퀴만으로 주행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실제 자동차와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가정을 했기에, 이번에는 타이어가 받는 하중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타이어에는 하중지수가 있다
타이어의 사이드월을 살펴 보면 타이어 사이즈를 기록해 놓은 곳 옆에 95에서 110 사이의 숫자가 표기되어 있다. 이것은 타이어의 하중지수를 코드화하여 표기한 것으로 타이어 1본이 견딜 수 있는 최대하중을 의미한다.
95는 타이어 하나가 69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걸 말한다. 일반 승용차의 타이어는 4개이므로 총 2,76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것이다. 중형 세단은 약 1,500kg 내외 대형 세단도 거의 2,000kg을 넘지 않으므로 5인이 모두 탑승하고 트렁크에 짐까지 가득 실었을 때까지를 생각해도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숫자가 1씩 늘어날 때마다 약 25kg씩 하중지수도 늘어나는데 승용차 타이어의 경우 최대 110까지 표시된다. 110이면 1,060kg을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는 변신 후에 두 바퀴로만 지탱하는 경우가 많으니 계산이 달라진다. 주인공 범블비가 변신하는 쉐보레 카마로의 공차중량은 1,755kg이다. 변신할 때에는 운전자가 탑승할 수 없으므로 순수하게 이 무게를 두 바퀴로 견딘다고 생각하면 바퀴 하나당 약 880kg을 지탱해야 한다. 즉, 최소 900kg까지 견딜 수 있는 하중지수 104의 타이어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족스러운 계산 결과에 나도 모르게 한 마디 내뱉고 말았다.
“어라? 이 영화 굉장히 과학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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