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and Kumho Tires] 공진의 비밀 1 - 공진(Resonance,共振)

작은 힘으로 건물도 흔들리게 하는 비밀

공진(Resonance,共振)


모든 물체는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어떤 물체의 고유 주파수와 비슷한 진동이나 신호가 들어오면 물체의 특정 주파수의 진폭이 더욱 강해지는데, 이를 공진이라고 한다.

타이어 역시 이 공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승차감과 소음을 개선할수 있는데, 과연 공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본다.

글 고호관 <월간 과학동아 기자>





Tacoma bridge [타코마 브릿지(1940)]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다리는 개통된 지 4개월 만인 1940년 11월에 바람에 흔들려 무너졌다. 

타코마 다리는 공진의 위험성을 잘 알려주는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공진이 일어나려면 어떤 외부의 힘이 타코마 다리를 주기적으로 진동시켰어야 하는데, 그런 힘이 없다는 것이다. 

타코마 다리를 무너뜨린 범인은 ‘플러터’ 현상이다. 

비행기 날개를 설계할 때 고려하는 현상으로, 구조물과 공기의 흐름이 상호작용해 진동이 생기는 것이다


공진으로 고층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구의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건물 바닥이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배처럼 흔들려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대피하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한동안 언론지상의 화제가 됐다. 여기저기서 제각기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고, 무서워서 테크노마트에 가지 않는다던 사람도 생겼다. 실제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 입점한 업체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 


얼마 뒤 이 사건의 배후가 밝혀졌다. 

바로 공진이었다. 

대한건축학회는 건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재현 실험을 통해 사건 당일 12층에 있던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던 게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때 한 운동이 태보였다. 태보는 태권도나 권투 같은 무예와 에어로빅을 결합한 운동으로 바닥에 발을 구르는 동작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스무 명 정도가 발을 굴렀다고 산더미 같은 건물이 흔들릴 수 있을까? 그게 바로 공진의 힘이다. 

때마침 그날은 새로 부임한 태보 강사가 의욕에 넘쳐 평소보다 강도 높은 운동을 시켰다. 

그래서 이전까지와는 발 구르는 정도가 달랐고, 마침 태보가 일으킨 진동수가 우연히 테크노마트 건물의 수직 진동수와 일치해 공진이 일어났던 것이다.첫 진동이 일어난 지 2주 뒤 대한건축학회는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현 실험을 벌였다. 12층 헬스장에서는 테크노마트 건물의 수직진동수 2.7Hz에 맞춰 발을 굴렀고(1초에 2.7번), 38층에는 진동감지기를 설치해 진동을 측정했다. 12층에서 운동을 시작하자 곧 발밑에서 바닥이 출렁였다. 근처에 있던 입주 직원들도 대피했을 때 느꼈던 진동과 거의 똑같다고 증언했다. 아무렇게나 발을 구를 때는 진동이 나지 않았고, 2.7Hz에 맞춰 발을 구를 때만 진동이 심하게 났다.


헬스장이 있던 12층 근처가 아니라 20여 층이나 위에서 진동이 심했던 이유는 뭘까? 

테크노마트 건물 수직 방향의 고유진동수는 2.7Hz였지만, 헬스장 바닥판이 떨리는 고유진동수는 10Hz였다. 

고유진동수는 건물의 부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2.7Hz로 발을 구르며 운동할 때 헬스장 바닥에서는 공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고유진동수가 똑같은 건물 전체의 수직 진동만 증폭돼 고층에 심한 진동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 생활속의 공진


그네를 탈 수 있는 이유도 공진 때문

작은 힘만 가해도 큰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진의 원리는 사실 간단하다. 

그네를 탄다고 생각해보자. 아이가 탄 그네를 밀어준다고 해도 좋다.

 그네가 더 크게 왔다갔다하게 하려면 그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민다. 

힘도 아무 때나 주는 게 아니라 그네가 가까이 왔다가 다시 멀어질 때 맞춰서 힘을 준다. 

그래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그네를 멀리 밀 수 있다. 그네가 흔들리는 진동수에 맞게 밀어줘 공진을 일으키는 셈이다. 이렇듯 공진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는 생활 속에도 있다. 그네나 추도 아닌, 눈으로 봐서는 흔들리지 않는 건물이 공진을 일으키는 원리도 같다.


물체는 힘을 가하면 변형됐다가 힘이 없어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려 한다. 바로 탄성이다. 한 번 힘을 가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움직인다. 이 진동이 자유진동이고, 이때의 진동수가 물체의 고유진동수다. 한편, 한 번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물체에 힘을 줄 때 일어나는 진동은 강제진동이다. 이때 물체는 외부의 힘이 일으키는 진동수에 따라 진동하는데, 이 진동수가 고유진동수와 같으면 공진 현상이 생긴다. 외부에서 가하는 힘이 별로 강하지 않더라도 진동이 증폭돼 점점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진동수가 다르거나 엇박자로 진동하면 공진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동이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그렇다면 테크노마트 사건 때 우려했듯이 공진이 커다란 건물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일까? 

그때 많은 사람들이 예로 든 게 1940년 무너진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다리였다. 

개통된 지 4개월 만인 1940년 11월에 바람에 흔들려 무너졌다. 타코마 다리는 공진의 위험성을 잘 알려주는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이미 20여 년 전에 타코마 다리가 공진 때문에 붕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논문이 나왔다. 아까 설명한 공진의 원리를 되새겨 보자. 공진이 일어나려면 고유진동수와 주기적으로 힘을 줬을 때 생기는 진동수가 같아야 한다. 논문에 따르면 타코마 다리의 경우 ‘주기적으로 준 힘’이 없다. 바람이 한 번 불어서는 공진이 일어나기 힘들다. 공진이 일어나려면 어떤 외부의 힘이 타코마 다리를 주기적으로 진동시켰어야 하는데, 그런 힘이 없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타코마 다리를 무너뜨린 범인은 ‘플러터’ 현상이다. 

비행기 날개를 설계할 때 고려하는 현상으로, 구조물과 공기의 흐름이 상호작용해 진동이 생기는 것이다.

 플러터가 공진과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다. 넓게 보면 공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바람이 일으킨 진동이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해 공진이 일어난 건 아니다. 게다가 타코마 다리는 짓는 동안은 물론이고 개통된 뒤에도 다리가 출렁여서 유명해졌다. 

공진이 아니더라도 붕괴 위험이 충분했던 다리다. 

타코마 다리와 함께 공진으로 무너진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브로스턴 다리도 마찬가지다. 이 다리도 사고 전부터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나왔다. 무너진 이유는 공진보다 부실공사였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처럼 공진 피해의 사례는 알고 보면 공진이 아니었거나, 공진이었다고 해도 작은 진동이 고유진동수와 공진해 큰 진동이 돼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작은 진동이 공진을 일으켜 건물을 무너뜨린 사례는 없다. 공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 걱정은 안 해도 좋을 듯하다.





오히려 잘 쓰면 좋은 공진



사실 공진은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라디오나 TV에서 원하는 채널을 찾을 때도 공진을 이용한다. 방송국에서 보내는 전파의 진동수와 회로 안의 진동수를 똑같이 만들어 공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병원에서 쓰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도 공진을 이용한다. 우리 몸 속의 물에는 수소 원자핵이 들어 있는데, MRI의 전자기파가 수소 원자핵과 공진을 일으킨다. 이때 수소 원자핵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해 몸 속을 살펴보는 게 MRI의 원리다.